아파트3.0 시대를 열어가는 커먼즈 안녕하세요, 종암동 개운산마을 가로주택정비사업조합 이원형 조합장입니다.
개운산마을 사업을 하면서 만난 소중한 인연과 우리 사업에 관심 있으실 분들께 보내는 소식지입니다.
사업을 시작한 지 어느덧 5년이 흘렀네요. 그해에도 개운산에 개나리가 피었는데, 올해 또 보겠네요. 매년 같은 자리에 피는 꽃을 볼 때면, 해낸 것 없이 시간만 흘려보냈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지난해 착공을 하지 못했다면 아마 더 지친 마음으로 다섯 번째 봄을 맞이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래서 이 편지를 받으실 분들께 고마울 뿐입니다. 뉴스레터란 본래 홍보를 위한 것이겠지만, 저는 무엇보다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 이 편지를 씁니다. 저 혼자서는, 우리 조합의 힘만으로는 어림없었을 일이기 때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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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게, 보이지 않게 우리 조합의 손을 잡아주신 여러분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부디 대견하게 여겨주셔요. 그리고 씨앗에 물을 주어 새싹을 돋게 하셨으니, 이제는 함께 더 잘 보살펴주셔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말아주시고요.
나사산을 따라 도는 나사처럼 매번 같아 보이는 일이 반복되는 것 같았는데, 어느덧 나사가 깊이 박혀 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미뤄두었던 고민과 생각 하나를 꺼내 봅니다.
'우리는 어떤 집을 짓고 있는 걸까요.'
이미 만들어진 집이 아닌 '만드는 집', 삶을 정해주는 집이 아닌 '삶이 반영되는 집'. 그리고 나와 당신이 '우리'를 이루며, 함께 살아가는 곳. 아파트 단지라는 말로는 다 담기지 않는 이 집과 마을을 우리는 어떻게 불러야 할까요.
부르기 쉽고, 오래 불러도 빛이 바래지 않을 이름이면 좋겠어요. 아이 이름을 짓듯, 우리 조합의 이야기와 이 동네의 기억과 정서, 그리고 작은 뜻이 담긴 이름이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따뜻한 마음이 길게 이어져 닿아 있는 이름이면 더 좋겠고요. 무엇보다 우리의 철학이 담겨있길 바랍니다.
'커먼즈(COMMONS)'
아파트는 어쩌면 이미 커먼즈일지도 모릅니다. 내 집이지만 이웃과 연결되어 있고, 함께 쓰는 공간이지만 내 것처럼 아끼는 곳. 아파트가 그러하듯 우리의 삶 또한 사유와 공유 사이 어딘가에 자리하고 있을 겁니다.
커먼즈에서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감각을 배워갑니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도, 바로 그 커먼즈일지 모르겠네요.
그래서 제안해봅니다. '커먼즈'가 되는 아파트는 어떠한가 하고요.
3월 27일(금), 저희가 생각해온 '커먼즈'를 여러분과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저희가 마련한 이 자리에 꼭 함께 하셔서 의견도 나눠주시고, 응원도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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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곳에 사는 사람들, 그 이상'
커먼즈의 방향성을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커뮤니티(Community)’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올랐습니다. 커뮤니티는 단순히 같은 공간에 산다고 해서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더라도 서로의 얼굴을 모른 채 지낸다면, 그것은 하나의 ‘집단’일 뿐 커뮤니티라고 부르기 어렵습니다.
커뮤니티가 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 사이에 관계와 신뢰, 그리고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이 필요합니다. 서로의 존재를 알고, 때로는 마주치고, 작은 인사를 나누며, 그 존재가 일상의 일부가 될 때 비로소 '공동체'라는 감각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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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방식에서 출발한 이름 '커먼즈'
오늘날 커뮤니티의 의미는 점점 더 확장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마을이나 동네, 혈연을 중심으로 형성된 공동체가 전형적인 커뮤니티였다면, 오늘날에는 관심사와 가치, 취향, 문제의식 등을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온라인 커뮤니티나 프로젝트형 커뮤니티 역시 중요한 형태가 되었습니다.
이는 커뮤니티가 반드시 하나의 지리적 공간에 묶여 있는 것이 아니라, 공유된 목적과 의미를 중심으로 언제든 형성될 수 있는 사회적 관계망이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커뮤니티’라는 단어는 이미 많은 곳에서 널리 사용되는 일반 명사이기 때문에, 이를 그대로 브랜드 이름으로 쓰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비슷한 의미를 담으면서도 새로운 개념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무엇일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 고민 끝에 발견한 이름이 바로 ‘커먼즈(COMMONS)’입니다.
그래서 개운산마을이 만든 커먼즈라는 브랜드 역시 단순히 “함께 쓰는 집”을 말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사람들이 함께 관계를 만들고, 삶의 방식을 만들어가는 하나의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결국 우리가 만들고 싶은 것은 단순한 아파트가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며 살아갈 수 있는 하나의 삶의 방식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아파트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커먼즈'는 그 질문에서 시작된 작은 답입니다.
글 신기수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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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가 많이 묻었지, 그러니까 마음이 가는거지"
양복자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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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먼즈 레터, 그 첫 번째 페이지를 누구의 이야기로 열어야 할까요. 함께하며 살아갈 사람들, 그리고 함께 살아갈 동네를 소중히 여기는 커먼즈라면 누구의 이야기를 전해야 할까요.
오랜 고민 끝에 우리는 이 동네에서 47년을 살아온 양복자 조합원을 찾아갔습니다. 골목에 평상이 있던 시절부터, 개운산에 꽃이 피고 지는 것을 수십 번 바라보며 이 자리를 오래 지켜온 분. 새로운 것을 만드는 그 시작에서 이 자리를 가장 오래 지켜온 사람이 바라본 사람과 동네의 이야기가 먼저 궁금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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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여기 50년 가까이 사셨다고 들었어요.
조합원이고, 이름은 양복자여. 호적엔 50년생으로 돼 있는데, 나는 사실 47년생이여. 옛날엔 다 그랬나봐, 호적이 잘못 돼서. 그러니까 올해 여든이야, 여든. 시집와서 처음엔 신혼 때부터 이 근처에서 살다가 이쪽으로 이사 왔지. 처음엔 언덕이라 다리도 아프고 그랬는데, 다니다 보니까 운동도 되고. 지금은 마을버스도 생겨서 편리해졌어. 뒤에 산도 있으니까 운동도 자주 가고, 좋은 구석이 많아서 여기를 떠날 생각도 못 했지. (웃음)
Q. 그럼 이 동네에서 가장 좋아하셨던 곳이나 순간이 있을까요?
개운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매일 운동하고, 아줌마들 모여 앉아서 이야기하고 그랬지. 옛날엔 골목에다 평상 깔고 앉아서 밥도 먹고 부침개 해서 다 같이 먹고...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으니까 그렇게는 잘 안 하지만서도, 그래도 대문 열고 나가면 골목에 다 아는 사람이잖아. 엄청 좋았지. 정이 많이 들었어. 우리 아저씨도 여기서 오래 살다가 돌아가시고. 자식들도 여기서 키우고. 때가 많이 묻었지. 그러니까 더 마음이 가는 거지.
Q. 정비사업한다고 했을 때, 어떤 마음으로 동의하셨어요?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아파트를 살아본 적이 없어. 단독에서만 살았으니까. 단독은 뭐든 다 우리가 해야 되잖아. 눈 오면 쓸어야 되고, 낙엽 지면 또 쓸어야 되고. 나이 먹어서는 그게 좀 힘들지. 아파트 가면 편하고, 비 와도 걱정 없고 눈 와도 걱정 없고. 관리비야 들어가겠지만. 그래서 마음먹었지. 아파트 살아보고 죽어야지! 한 번도 안 살아봤으니까. (웃음) 그리고 조합장님이 나이도 젊은데 참 자상해요. 이 노인네들한테 잘 대해줘서. 그런 것도 마음에 들고.
Q. 새 집에서 꼭 있었으면 하는 것이 있으시다면요?
텃밭이나 화단이 있으면 좋겠어. 노인네들은 소일거리가 없잖아. 야채 많이 기르고 이런 건 이제 욕심도 없는데, 그냥 같이 뭔가 할 수 있는 게 있으면 좋겠어. 나이 있으니까 살기가 편했으면 하는건 당연하고 (웃음)
Q. 이 동네의 어떤 점이 좋으세요?
교통도 좋고 요즘 사람들 말로 학군도 좋아. 고대병원도 있고. 전철도 가깝고. 그러니까 내가 여기 오래 살았지, 안 그랬으면 다른 데 갔지. 뭣보다 공기가 달라. 집 주변에 올라가면 아래 동네하고 공기가 확실히 달러. 올라가면 시원해. 여름에도 시원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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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새로 이사 오실 분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려요!
사람들이 새롭게 많이 오면, 우리가 이 동네 살아봤으니까 먼저 알려주고 잘 맞춰줘야지. 서로 잘 합의하고 함께 잘 살았으면 좋겠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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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평상 위에서 부침개를 나눠 먹던 기억, 벚꽃나무 아래서 보낸 봄날들. 종암동에 쌓인 것은 단순한 세월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 켜켜이 쌓인 정이었습니다. 문 밖에 나서면 아는 얼굴이 있고, 함께 가꿀 이웃이 있는 곳.
커먼즈가 새로운 집, 타운 아파트에도 남기고 싶은 것들은 그런 것이 아닐까요. 다가올 커먼즈의 봄, 그 벚꽃 밑에는 또 어떤 모습이 그려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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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7일(금) 오전 10시,
또는 오후 2시에 뵙겠습니다
장소는 종암동 '커먼즈 라운지'입니다.
작은 골목의 따뜻함은 살리고, 아파트의 편리함과 감각도 담은 커먼즈. 그 첫 이야기를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오시는 분들을 위해 커먼즈다운, 작은 선물도 준비해 두었습니다.
자리 마련을 위해 참석하시는 분들은 아래의 설문에 참여해 주세요. 곧 뵙겠습니다.
[설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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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먼즈 레터는 매달 둘째주, 넷째주 금요일에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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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커먼즈의 이야기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오가며 나눴던 인연이 소중해서, 이렇게 뉴스레터로 먼저 찾아뵙습니다.
혹시 불편하신 분들은 언제든 구독을 취소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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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운산마을 가로주택정비사업조합
서울시 종암로21길 97, 3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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