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먼즈 레터가 다음 달부터 조금 달라집니다. 이원형 조합장의 이야기와 더불어, 커먼즈의 시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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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8년 여름, 우리 동네 물놀이장
아침부터 수영장에 가겠다는 아이를 두고 저는 긴장했더랬죠.
'아, 오늘 어디 수영장에 가기로 했나 보구나. 왜 나는 아무 기억이 없지. 젠장, 또 한 소리 듣겠네.'
평소 주말 일정을 잘 챙기지 않는 아빠이자 남편인지라, 또 저만 넋 놓고 있다가 수영장 가기로 한 걸 까먹고 있는 줄 알았던 거죠.
그런데 나 빼고 모두 차분하더라고요. 어디 수영장을 가려면 하루 일정인데, 아침부터 수영복에 튜브에 먹을 것에 선크림까지 챙기며 부산을 떨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아무런 부산스러움 없이 둘째 아이는 몇 시에 갈 거냐고만 묻습니다. 순간이동이라도 한다는 말인가 싶었죠. 개운산스포츠센터라도 가려는 건가 싶었고요. 뒤이어 무슨 수영장인지 알았습니다. 집 앞 종암교회 마당에 풀장이 생긴 겁니다.
아이는 1시에 가서 5시까지 놀았습니다. 손가락이고 발가락이고 쪼글쪼글해질 때까지요. 쉬는 시간마다 빵도 먹고 아이스크림도 먹으며 다시 물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집 앞에 풀장을 만들고, 누구 하나 가리지 않고 아이들을 마음껏 뛰놀게 하는 풍경을 보며 고마운 마음이 절로 들었습니다. 서로 얼굴 한번 보기 어렵고, 함께 모여 뭔가를 하는 건 더욱 상상하기 어려운 요즘이기에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엊그제 교회 풀장을 보며 또 하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름이면 저렇게 풀장을 만들어 온 동네 아이들이 와서 놀면 좋겠다. 공유주방에서 간단한 음식을 만들어 쉬는 시간이 되면 공유식당으로 아이들을 불러 먹이고, 또 시간이 되면 다시 나가서 놀라고 하고요. 밤이 되면 어른들도 맥주 한잔 테이블에 올려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네요.
꼭 교회가 아니더라도, 꼭 공공이 아니더라도 함께 살아가는 감각을 유지하고 그 정서를 이어가는 아파트이자 마을이면 좋겠습니다. 보통 사람들의 편한 관계만으로도 얼마든지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그런 기회가 없었고, 그것을 받쳐줄 시스템이 없었을 뿐이죠. 아이스링크도, 물놀이장도 그저 '좋겠다'는 막연한 감정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좋음'을 한번 정말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집니다.
2028년 여름이면 커먼즈 종암에도 큰 물놀이장이 생기려나요. 그 풍경 안에 여러분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