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부터 커먼즈 뉴스레터가 조금 달라집니다. 매달 하나의 주제를 정해 커먼즈에서의 생활을 미리 그려보는 큐레이션 레터와, 집을 만들어가는 과정과 고민을 담은 조합장 레터를 번갈아 전할 예정이에요.
커먼즈가 꿈꾸는 삶은 지극히 평범합니다. 제때 잘 먹고, 편히 쉬고, 곁에 있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일. 매일 반복되는 이런 하루가 한 사람의 삶을 단단하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첫 번째 큐레이션은 ‘먹는 일’에서 시작합니다. 한 끼에 오래 남은 가족의 기억부터 음식을 따라 동네와 가까워지는 모임, 성북에서 만나는 여러 나라의 음식까지. 추석을 앞둔 9월, 먹고 사는 일에서 시작되는 관계를 함께 살펴봅니다.
보문동 부엌에 남은 사랑의 기억
호원숙, 『엄마 박완서의 부엌: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
”어머니는 이 집을 나에게 물려주셨다. 그냥 살아라 하셨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10년이 지났고 그동안 나는 이 집에서 그냥 살았다. 어머니가 물려주신 집의 부엌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다. 서재도 아니고, 마당도 아니고, 부엌이었다.”
박완서 작가의 맏딸 호원숙은 엄마가 남긴 집의 부엌에서 부지런히 밥을 짓습니다. 살구잼을 만들고 만두를 빚던 모습, 장작불에 메주콩을 삶고 숯불에 섭산적을 굽던 냄새를 따라가며 엄마와 보낸 시간을 되짚어요. 책에는 작가가 성북구 보문동 한옥에 살던 시절도 담겨 있습니다. 양지바른 마당과 깊숙이 볕이 들던 마루, 온 가족이 모여 만두를 빚던 날의 풍경을 그립니다. 커먼즈가 들어설 종암동과 같은 성북구의 이야기라 그런지 괜히 더 반갑더라고요.
“엄마의 치맛자락에 늘 희미하게 배어 있던 음식 냄새는 여지껏 나를 지탱해주는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고 안온한 사랑의 힘이 되었다. 이맘때면 나무상자에 든 홍옥을 사놓고 다섯 아이에게 깎아주던 어머니, 그 붉은 사과 껍질이 수북이 쌓여가던 엄마의 치마폭 곁에 둘러앉아 아기새처럼 받아먹던 우리들…”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작가의 집에 초대받아 동그란 식탁에 앉은 듯한 기분이 듭니다. 따뜻한 음식 한 접시에는 맛뿐 아니라 누군가를 위해 들인 시간과 마음도 담겨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고요.
여러분의 부엌에는 어떤 냄새와 장면이 남아 있나요? 이번 추석에는 오래 기억하고 싶은 음식을 한 가지 만들어봐도 좋겠습니다.
성북밀로 라이프클럽은 성북의 빵과 국수를 매개로 동네의 사람과 장소를 알아가는 커뮤니티예요. 성북문화재단이 만든 로컬 식문화 브랜드 ‘성북밀로’와 제철 식재료와 생산자를 잇는 식문화 커뮤니티 ‘벗밭’이 함께 기획하고 운영합니다.
참가자들은 성북의 빵과 국수를 즐기며 대화를 나누고, 요가와 달리기를 하거나 때로는 가만히 앉아 멍을 때리기도 해요. 동네 곳곳을 걷고 기록하는 사이 자주 찾는 가게가 생기고 반갑게 인사할 친구도 생길 거예요. 지난해 5월 시작한 라이프클럽은 어느새 4기째 이어지고 있어요. 이번 4기 신청은 마감됐지만 다음 기수도 기다려봐요. 그때는 겨울의 빵과 국수를 따라 성북을 즐겨봐도 좋겠습니다.
성북밀로 라이프클럽을 보고 있으면 커먼즈의 텃밭과 공유주방을 오가는 하루도 떠오릅니다. 텃밭에서 직접 기른 채소를 수확해 함께 요리하고 나누어 먹는 거예요. 조금 작고 못생겨도 직접 키운 채소는 얼마나 보람차고 달큰할까요? 계절마다 식탁에 둘러앉다 보면 누가 바질을 잘 키우는지, 누가 국수를 좋아하는지도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 같아요.
올해로 13회를 맞은 성북 라틴아메리카축제에서는 라틴아메리카 15개국이 참여해요. 타코와 엠파나다를 비롯한 여러 나라의 음식을 맛보고 라틴 음악과 춤, 다양한 문화 체험까지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습니다. 처음 보는 메뉴에 도전하고 어느 나라에서 즐겨 먹는 음식인지 알아가면 멀게 느껴졌던 문화도 조금씩 가까워져요. 이번 주말에는 성북에서 조금 낯선 맛과 풍경을 즐겨보세요!
일시 | 2026년 9월 19일(토) 12:00~19:00 장소 | 성북구청 바람마당·잔디마당 개막식 | 14:00